Calli Cat
#1
이 몸이 글씨를 끄적이는 고양이가 된 것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두 번째 동거인 때문이다.
이 여자 인간은 광고라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모양인데, 이 업이 참으로 고되기가 그지 없다.
출근 시간은 있되 퇴근 시간은 정해진 바 없으니,
이 몸이 의리상 식사를 같이 해주려고 기다리다가 새벽까지 배를 곯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튼 고양이 세계에서는 하등 쓸모 없는 광고라는 것에 목숨을 내맡긴 이 가련한 여자는,
언제부턴가 읽지도 못할 책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책을 모으기 전에는 화장품이라든가 구두라든가 가방 같은
-보통의 또래들이 선호하는- 물건들을 사보기도 했으나, 그것도 시들해졌는지 사정이 여의치 않았는지
상대적으로 죄책감도 덜하고 값도 저렴한 책으로 관심을 옮긴 것이다.
#2
어쨌거나 집에 하나 둘 책들이 쌓이며
인간이 없는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적적하지 않게 되었다.
책 읽는 고양이라니 참 신통하다고?
인간이 없는 곳에서 우리 고양이들이 어떤 모습인지 그런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가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나 인간을 관찰할 수 있지만 인간들은 그럴 수가 없다.
워낙 인간이라는 동물이 자기 중심적이기도 하고 작금에는 하루 살기 급급하여 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글을 읽으면,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
이것은 인간에게나 고양이에게나 똑같이 생겨나는 반응이다.
시를 읽으면 시를 쓰고 싶고, 소설을 읽으면 소설을 쓰고 싶어진다.
인간의 말을 들으면, 나도 말을 하고 싶다.
허나 고양이의 말과 인간의 말은 엄연히 달라 소통할 수가 없으니,
한 수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글씨를 쓸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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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가르쳐 주시옵소서 고양이 양반..
에헴 에헴 처자도 낮잠 좋아하는가?